육아도 경쟁하는 시대, 양육자의 불안 응시하기

서리
서리 · 읽고 쓰기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
2024/05/24
유아차, 그게 뭐라고….

쌍둥이를 낳고 조리원에 들어간 뒤부터 종일 맘카페와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리며 분유부터 젖병, 공갈 젖꼭지(쪽쪽이), 가재 손수건과 수유 쿠션을 검색하기 바빴지만, 그 어떤 육아용품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것이 유아차였다. 내 삶이 육아와 무관하던 시절에는 다른 사람들이 끌고 다니던 유아차가 별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딱히 차이도 모르겠고,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어린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표준국어대사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처음엔 중고거래 앱에서 ‘무료 나눔’을 하는 유아차를 받아왔다.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조차 없는 데다 얇고 쿠션감 없는 자주색 천이 부실해 보이는 철제 프레임을 감싸고 있는 유아차였다. 바퀴가 굴러가긴 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를 유아차에 눕히고 사진을 찍으니 뭔가 느낌이 싸했다. ‘음… 이게 아닌데….’

나를 수없이 좌절하게 만드는 가운데서도 점차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이 경이로운 아이들이 허름한 유아차에 놓이자 갑자기 두 아이가 매 순간 뿜어내던 반짝임마저 함께 바래지는 것 같았다. 오, 이 얼마나 속물적인 생각인가!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분명히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유아차 속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초라해 보인다. 이건 내가 기대했던 그 ‘비주얼’이 아니다. 우리 애들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쌍둥이의 반짝거리는 외모를 내가 더 돋보이게 해주어야 하는데! ‘유아차가 유아차지, 뭐’ 했던 생각은 순식간에 ‘유아차가 뭐 얼마나 비싸다고? 한번 알아나 보자’는 마음으로 뒤집혔다.

맘카페에서 사람들이 주로 추천한 유아차의 가격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높게는 수백만 원에 달했다. 예상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눈이 동그래졌다. 수백만 원짜리 유아차는 내 형편에 꿈도 꾸지 못할 것처럼 여겨졌다. 그것들은 중고도 수십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내놓는 족족 판매되는 걸 보면서 다들 유아차에 이 정도 돈을 들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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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웁니다. 책과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부글거리는 생각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며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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