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따라하기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기다림과 따라하기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김이설 작가의 모든 소설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의 주인공은 적어도 내가 읽은 이전 작품 속 어느 주인공과도 다르다. 나 자신 일수 있고 작가 같기도 하고 그 어느 누구일 수 있을만큼 튀지 않고 도드라지지 않고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이다. 주인공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내용도 그렇다.
처음의 몇장은 주인공이 남자와 오랜만에 해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야기의 감을 잡느라 긴장하며 읽는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지나가는 모습, 계절이 바뀌는 모습, 즉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묘사한 문장들이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그리고 처연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눈길을 자꾸 붙잡았다. 작가는 여자가 남자와 함께 한 시간들, 그리고 헤어지고 혼자 보낸 시간의 흐름을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었나보다.
계절이 변하는 걸 절감할 때마다 나는 그사람을 떠올렸다. 기어이 시멘트 틈으로 고개를 내민 민들레를 보았을 때, 후텁한 공기에서 물기가 맡아지거나, 인도에 떨어진 은행을 밟지 않기 위해 까치발로 걷다가, 창틀을 뒤흔드는 혹한의 바람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문득문득 그 사람과 내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넉넉하지 않은 집의 맏딸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