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대 이야기(9) 군단장 따님의 가정교사

정광헌 · 낙서글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2/17
1974년 9월 17일 육군 30사단 신병교육대에 입교하여 신병교육을 6개월 받고, 다시 육군 병기 학교의 기계 공작반 13기 과정을 12주간 수료 후, 101보충대를 이삼일 경유하고 병기공장으로 최종 배치되기 하루 전에 x군단 사령부 부관보에서 하룻밤을 대기하던 중 마침 고참 타자병의 제대로 신병 타자병을 찾던 x군단 비서실 선임하사 김정규 상사에게 비서실 사병으로 차출되었다.
1974년도 대학 4학년 재학 중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3개월여 구치소에 구속되어 기소유예를 받고 석방된 지 두 달 만에 내 의사와 관계없이 징집되어 군 입대를 하여 힘든 훈련의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는 기대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렇게 차출되어 군단장 비서실 타자병으로 근무하면서 제법 업무에 익숙해졌을 무렵의 어느 날, 아마도 1976년 1월초였던 것 같다. 군단장 수행 부관인 강 대위가 나를 불러서는 군에 오기 전에 가정교사를 해본 적이 있냐고 묻기에, 여러 번 해봤다고 대답하였다.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내년에 고등학교 신입생이 될 군단장 따님이 고교 배정(뺑뺑이)을 받고, 겨울 방학 동안 군단장 공관에 와있을 예정인데 그 2개월 동안 이곳에서 놀릴 수만은 없으니 가정교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단, 매일 근무를 다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군단장 공관으로 은밀히 가서 2시간 정도 독일어와 영어를 가르처 주되 다른 이들이 모르게 비밀로 해서 절대로 외부에 이 이야기가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군단장 아빠가 홀로 공관에 계신 것을 안쓰럽게 여겨 방학 동안 아빠와 같이 있겠다는 효녀 따님과 그 뜻은 갸륵하지만 딸이 산골에 와서 방학 동안 학원도 못 가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장군 아빠를 위해 그 정도는 내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바로 다음 날(1/10일경)부터 과외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장군 따님은 이제 환갑이 지난 나이겠지만 그때는 막 중학을 졸업한 방년 16세의 귀여운 소녀였다.
첫 수업이 끝나자 그 아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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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년 시절 종합상사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한국 상품의 해외 시장 개척에 진력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국내 중소 중견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고객 확보 지원 사업을 개인사업으로 영위했습니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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