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과 사이비를 구분하라

곽경훈
곽경훈 인증된 계정 · 작가 겸 의사
2023/03/27

1.
SNS에는 광고가 넘쳐난다. 너무 상투적인 것도 있고 경탄할 만큼 기발한 것도 있다. 때로는 의도적인 촌스러움, 소위 'B급 감성'으로 승부하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광고에서 자신있게 내세우는 말 따위 조금도 믿지 않지만 '시선을 끄는 방법'만큼은 늘 흥미롭다. 

그런 '시선을 끄는 다양한 방법' 중에 의사와 약사 같은 전문가를 언급하는 것은 아주 케케묶은 방식이다. 하지만 지극히 상투적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날 우연히 마주한 광고도 그랬다. '의사인 OO이 추천하는 혈당관리법'이란 문구로 시작하는 카드뉴스였는데 응급의학과 의사의 '직업적 호기심'이 자극받아 다음 카드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당뇨병은 다양한 혈관질환을 일으키고 신장병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초래한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뇨병은 많은 중증질환의 '악화요인'에 해당하며 몇몇 질환에서는 아예 '직접적인 원인'이다. 

<당뇨병은 만성신장병을 초래하고 상당수의 환자는 혈액투석을 받게 됩니다.>

<당뇨병은 망막질환을 일으켜 실명을 초래하고 족부병변은 발가락의 절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모두 엄연히 '의학적 사실'이다. 물론 '공포 마켓팅'의 냄새가 났다. 의사란 전문가를 언급하며 눈길을 끌고 당뇨병의 합병증을 담담하게 나열하여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공포를 일으켰으니 이제 '상품'을 선전할 차례였다.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당뇨병의 원인, 그렇다면 해답도 여기에 있다.>

<인슐린과 가장 비슷한 천연물질인 XXX, 임상시험에서 혈당이 30%나 감소했음. 30%라면 200인 혈당이 140이 되었다는 뜻이다.>

드디어 광고는 마수(?)를 드러냈다. '인슐린'과 '임상시험'이란 그럴듯한 의학용어, '천연물질'이란 마법의 단어-따지고 보면 우습지 않나? 모든 물질은 자연에 존재하며 인간이 '무'에서 창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를 사용했으며 '200에서 140으로 감소' 같은 수치까지 제시했으니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갈 것이다.

<OXO잎에서 ...
곽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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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메디컬에세이를 쓴 작가 겸 의사입니다. 쓸데없이 딴지걸고 독설을 퍼붓는 취미가 있습니다.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반항하는 의사들>, <날마다 응급실>, <의사 노빈손과 위기일발 응급의료센터>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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