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란 이름으로
2022/03/27
“누구세요 ?” 한 아이가 구석에 앉아 아이들을 보고만 있던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작은 칠판과 분필을 들고선 내 옆에 앉아 나를 빤히쳐다보았다.
“제가 선생님 그려드릴게요” 난 고갤 끄덕이며 작은 칠판과 그 아이의 손, 눈을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그림을 다 그리고 뿌듯한 얼굴을 하는 아이를, 그 작은 손을 마주보고 비비는 아이를 또 바라보았다.
웃음으로 보답하며 손에 묻은 분필 가루를 닦아주며 느꼈다. 이 아이가 가진 세상은 정말 순수하다는 걸, 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는 걸. 예전에 읽은 김금희 작가님의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 ‘그 손을 쥐어보았다. 믿을 수 없게 조그맣고 보드랍고 연약했지만 그 아이가 쥐고있는 세상은 어쩐지 내 것보다 크고 깊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