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찾아가는 장소가 있다.

남진열
남진열 · 뮌헨살이
2023/04/22
햇빛이 그리웠다. 지난 일주일 내내 바람은 불었고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비를 머금고 있던 구름은 종종 비를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햇빛이 찬란하다. 이런 날은 무조건 산책을 가야 한다. 언제 또 햇빛을 볼 수 있을지 모르니. 
   
독일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그래도 뮌헨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 중의 한 가지는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밖으로 나가면 바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녹색의 자연을 눈동자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이미 개들도 산책을 나와 있고 새소리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조용한 산책이 가능하다. 아무도 나를 의식해 주지 않는다. 각자의 산책을 즐길 뿐이다. 모두가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얼마나 속편한 산책인가! 
   
잠시 산책을 즐기다 보면 공원에 설치해 둔 의자를 만나게 된다. 어떤 의자들은 마치 비치에 설치해 둔 의자처럼 등을 기대고 편히 누울 수 있다. 꽤 많은 의자들 중에서 항상 찾아가는 의자가 있다. 마치 귀소본능처럼 찾아가는 그 의자에 누워 봄 햇살을 즐겼다. 봄 햇살은 벌써 따가웠지만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었다. 뜨거움과 시원함,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두 가지 온도를 내 살갗이 맘껏 누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멍 때렸다.
   
두 온도 사이에서 망중한을 즐기다 불연 듯, 그렇게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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