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7
나는 우울증 환자다.
물론 그 우울증의 발병 사유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는 별 문제 없이 일상을 영위하며 직장도 잘 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게 잘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닌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출근하고 하루 종일 일하다가, 잠시 짬내서 밥을 먹고 다시 회사와 싸워가며 내 일을 이어나간다. 간신히 퇴근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간신히 눈떠 정거장에 내리고 또다시 버스로 몸을 옮긴다. 그리고 다 헤져버린 몸뚱아리를 대강 씻고 누워 휴대폰이나 잠시 하고, 그나마 좀 활동적인 날은 드라마나 보다가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인다.
개중에는 조금 더 생산적인 날이 있을것이다. 더 기쁜 날도, 더 한가한 날도, 더 편안한 날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더 비생산적이고, 슬프고, 힘들고, 바쁜 날도 존재한다.
그렇게 인생을 대략 평균내보면, 나는 그저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간신히 제 한몸 건사하는 톱니바퀴일 뿐이다.
그럼 더 나가아 생각해보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일까?
우울증 인간 답게,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혹은 그런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흔히들 말하는 갓생이라던가, 인스타에 올라오는 사진들, 즐거운 휴가 등등...
그리고 내가 그리 길지 않은 내 삶을 살아오면서 그래도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대체로 그런 가지지 못한 것들이 환상이라는 것이다.
대체로 그렇겠지만, '나는 이렇게 힘든데 쟨 뭘 저렇게 쉽게 사냐' 라고 생각하면 그 이면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나 또한 우울증 환자이고, 약을 먹지 않으면 우울함에 가라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