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성폭력 -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1986)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3/08
 
재판정에서 나오는 길에 기자들에 둘러싸인 권인숙의 모습. 출처-경향신문
인천의 열악한 노동 여건과 위장 취업
   
1980년대 전국의 산업현장이 대개 비슷했지만, 인천의 공장들에는 대학생 위장 취업자들이 특히 많았다. 인천은 큰 항구가 있어 한국의 수출주도형 산업정책 하에서 원료 조달과 화물 출항에 유리했고,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몰려든 하층계급 노동자들이 일찌감치 정착한 도시였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한 거점이기도 했다. 
   
인천의 지리적 조건과 인구 구조는 생산과 수출에는 적합할 수 있었겠으나, 저임금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척박한 노동 환경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인천의 노동 여건은 열악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인천은 한국에서 제일 강도 높은 노동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이기도 했다. 
   
정부와 사업주의 탄압과 감시 같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인천의 수많은 크고 작은 제조업 공장들마다 노조가 생겨났다.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이 가까스로 설립한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혈안이 됐다. 노조가 단체협약에 나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노동자의 권리 운운하면, 해고로 위협하거나 공장을 아예 멈추고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더 나아가 노조를 이적단체로 취급하고, 불순한 세력이 자신의 사업체를 망하게 하기 위해 공작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렇듯 1980년대 인천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생경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군사정권 보도통제 하에서 언론들은 공장에 위장취업한 학출 노동자를 비판하는 기사들을 많이 쏟아냈다. (「좌경을 직시하자(5) - 근로자를 혁명 전위대로 의식화」, 『경향신문』, 1986년 10월 21일)
   
서울의 주요대학에 다니는 운동권 학생들에게는 인천지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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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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