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봄 : 윤석열 비상계엄령 6시간, 그 후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4/12/07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나흘 전 밤이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스마트폰 진동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평소 때라면 정해진 분량을 다 읽고 확인했을 텐데, 그날따라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어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었다. 믿을 수 없는 문장이 스마트폰 액정을 가득 메웠다. "[속보]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령 선포" 일순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에이 설마, 아무리 무식해도 저런 짓을 한다고?' 상황을 파악하려고 다급하게 TV를 켰다. 놀랍게도 비상계엄령 선포는 오보가 아니었다. 윤석열의 입에서 이상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2024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종북', '반국가', '척결'이란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잠이 달아났다. 손발이 떨리고 심장 박동 수가 요동쳤다. 걷잡을 수 없이 분노가 솟구쳤다가 자각하지도 못한 새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서울 상공에 군용 헬기가 날아다니고 중무장한 참수 부대가 본청 진입을 가로막는 보좌진들과 충돌하며 국회 유리창을 깨고 본 회의장으로 진입했다. 총칼을 든 계엄군이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헌법이 보장한 자유가 단 몇 분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과 공포였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순간 출판과 언론, 집회의 자유가 사라졌다. 계엄사 포고령 1호에 따르면 집회, 시위, 정치적 결사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말인즉슨 조금이라도 대통령 의견에 반대할 경우, 적법 절차 없이 연행하겠다는 뜻이다.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지 15분 만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원들에게 총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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