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마세요. 이게 합법입니다

지구용
지구용 인증된 계정 · 나랑 상관있는 환경뉴스
2023/02/03
폐허나 다름 없는 번식장에 살고 있는 아이들. /사진제공=카라
질척이는 흙바닥을 지나 비닐하우스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개들의 비명, 코를 찌르는 분변 냄새보다도 처참한 아이들의 상태가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지저분한 몰골로 뜬장에 갇혀 있는 녀석들, 그리고 뜬장 아래에 몇 년치가 쌓인 분뇨. 그 와중에 혼자서만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떠는 아이에게 다가갔더니 엉덩이 쪽에 빨갛게 튀어나온 장기가 보였어요.  
함께 들어간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님들은 신고고 뭐고 일단 살려야겠다, 는 생각으로 아이를 뜬장에서 꺼내 차에 올라탔죠. 급히 차를 몰며 가까운 곳의 동물병원을 수배하는 사이 아이는 마지막 숨을 들이쉬더니 그대로 멈췄어요. 활동가님이 울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아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요.  

👁‍🗨'합법적' 번식장의 현실 

얼마 전 카라 활동가님들과 경기도 연천의 한 번식장을 찾아갔어요. 축산법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이 의심되는 곳이었죠. 농장주가 자리를 비운 틈에 들어가자마자 죽음과 맞닥뜨리고 나니 세상이 원망스러워지더라고요.  
그리고 놀라운 점은, 이 곳이 무허가도 아닌 합법적인 번식장이란 사실. 수십 개의 뜬장에는 총 81마리의 개가 갇혀 있었어요. 밥은 하루에 한 번씩만 준다고 했고, 물그릇에는 시커먼 구정물이 담겨 있었어요. 중형견 크기의 보더콜리가 좁다란 뜬장 안에서 간신히 몸을 움직이며 애타게 짖고 있었고요. 바닥에는 수없이 밟혀서 납작해진 쥐 사체들, 버려진 주사기가 눈에 띄었고요. 
폐허나 다름 없는 번식장 풍경. /사진제공=카라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생산업자(농장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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