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년이 이과에 간 이유

2022/08/03
웹툰 작가 이종범은 '재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카드 게임을 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자기 앞에 던져진 카드를 뒤집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카드를 받았는지 알아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내 앞에 놓인 카드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가게에서 해가 질 때까지 머물렀다. 그때 어머니를 따라 책방에서 한 권에 500원을 주고 빌린 책을 읽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학습 만화부터 추리소설까지 재밌어 보이는 책은 가리지 않았다.

   어린 시절 잠시 책과 친하게 지낸 덕인지, 고등학생이 되어서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언어 영역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얻었다.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었지만 교내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친한 형을 따라 들어간 문학동인회에서 매주 시를 써서 합평을 하기도 하고 매년 시화전과 문학제를 직접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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