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마음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2/16
‘정리’라는 선물

선물을 준비할 때는 고민이 크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상대방의 취향을 실은 제대로 모르고 있어서 엉뚱한 선물을 고른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관계의 거리에 따라 선물을 준비하다 보면 금액도 고민이다. 딱 이만큼의 거리에 있는데 이 금액대의 선물은 너무 과한 것일까. 친한 사이라 부담 없이 준비했는데 너무 대충 준비한 것처럼 보이면 어떡하지. 쉽게 끊어질 관계는 아니지만 부주의한 선물이 서서히 멀어지는 계기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무난한 선물을 고르게 된다. 흔한 화장품, 평범한 스티커, 부담 없는 엽서, 작은 주전부리 같은 것들로 니맛도 내 맛도 아닌 선물보따리를 꾸린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사실 여행이라기엔 그냥 친구를 만나러 간 것에 가깝다. 아마 친구가 싱가포르에 있었다면 싱가포르에 갔을 것이고 일본에 있었다면 일본에 갔겠지. 그저 미국에 그가 있어서 미국에 갔을 뿐이다. 정월대보름을 함께 보낼 예정이지만 생태계 교란을 생각하니 곡물을 가져갈 수도 없고 해서 한국 책을 몇 권 가져갔다. 또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고민하다 내가 가장 잘하고 그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을 선물하기로 했다. 일과 육아와 공부에 치여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집을 정리해 주기로 결심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힘든 줄도 모른다. 구획을 정해 조금씩 정리를 하고 그가 원하는 공간을 선물했다.


정리의 시작은 관심

생활 패턴을 반영한 정리는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 세로로 책을 보관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매대형 정리를 권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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