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필 · 대학생
2023/03/31
  디지털 범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기술의 발달은 늘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담보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받았을 때 각종 사기성 정보방이 등장했다. 음성 생성 기술이 각광받자 보이스 피싱범들은 쾌재를 불렀다. 딥페이크 기술이 등장한 순간부터 우린 이 순간을 예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행법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법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움직인다. 이는 법이 태생적으로 가장 추상적인 윤리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구체화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하나의 법안이 발효되기 위해선 기반 논리(혹은 윤리)가 튼튼해야한다. 덕분에 여지껏 우리는 사법 체계가 사람을 가리지 않으리라 믿어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다르다. 2021년 OECD에서 발표한 정부 동향 보고서(Government at a Glance 2021)를 확인해보면, 한국 국민의 사법 기관 신뢰도는 밑에서 세 번째다. 이는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실제 사법 기관의 효용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하는 것과 상당히 괴리된다. 이러한 경향은 개별 법안 이상으로 현재의 법 논리에 문제가 있음을 대변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개별 범죄 유형에 달려있지 않다. 당장 눈에 보이는 N번방을 막는다고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가 멈추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특정 유형의 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법안을 도입하는, 이른바 두더지 잡기 식 사법은 오히려 더 치밀하고 더러운 새로운 범죄 유형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여지껏 우리는 사회 윤리는 논하지 않은 채 법안만을 논했고, 구멍이 생길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범죄를 틀어 막아왔다. 그 결과가 짐짓 비논리적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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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거라곤 제 자신이 부족하단 것뿐인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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