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3장. 좀비 각개 격파하기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02
교사 초임 시절에 나는 도전적이었다. 쉽게 표현하면 버릇이 없었다. 교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교무회의 시간에 손을 들고 발언을 요구했다. 
   
“어떤 선생님이 제가 학교에 얼마의 기부금을 내고 들어왔는지 궁금해하셔서 말씀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기부금을 내고 교사가 되신 선생님들의 노력 덕분에 한 푼의 기부금도 내지 않고 교직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조용했다. 교감이나 교장의 별도 발언은 없었다. 회의가 끝났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내 발언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학교에 불만이 많은 교사 가운데는, 나의 이런 발언도 학교의 사주라고 했다. 나는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학교의 분위기가 그랬다. 
   
과거에는 사립학교 교사 채용에 돈이 오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어림없다. 기간제 교사라도 엄격하게 채용 감독을 받는다. 지원자에게 잘못 금전을 요구한 경우, 내부 고발이나 민원으로 감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하고 투명해졌다. 긍정적인 평가다. 하지만 획일적인 잣대에 따른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라면, 마냥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각 학교에 필요한 인재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라는 것은 성장통을 막겠다며 성장을 막는 약물을 주입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보자. 전국의 20대 남자 교사의 신발에 대한 평균값은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평균값을 기준으로 신발을 사는 교사는 없다. 그런 교사가 있다면 평균값을 제시한 사람에게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모지리로 평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행정도 이와 같다. 정신이 나갔거나 모자란 정책인데도 공정하고 투명하다며, 좋은 행정이라고 우긴다. 이주호가 장관으로 ...
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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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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