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라는 환상

라인란트 · 독빠밀덕 아닙니다
2023/12/20
I. 정당의 핵심은 이념

  요즘 여기저기서 '제3지대'를 내세운 신당 창당 움직임이 활발하다. 금태섭 의원을 위시한 '새로운선택'이 가장 먼저 움직였으며, 보수 진영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고, 민주당 측에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움직이고 있으며, 이들 사이의 연대 내지 통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으레 제3지대론이 제기될 때마다 따라나오던,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할 수 있는' 빅 텐트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기치로 내걸린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선택이든 이준석 신당이든 이낙연 신당이든 간에 제3지대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점은 그래서 자신들이 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하겠냐는 것이다.

  정당은 공통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모인 이들의 집단이다. 많은 유권자는 자기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정치적 목표와 부합하는 정치적 목표를 가진 정당에 투표한다. 예를 들면 규제 완화와 감세를 통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의 장려를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목표로 생각하는 유권자는 자신과 입장이 합치하는 국민의힘에 투표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러한 공통된 정치적 목표, 다르게 말해 '이념'이야말로 정당이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물론 명확한 정치적 목표에 따라 지지 정당을 결정하는 유권자도 있지만, 그때그때 유동적으로 각 정당에 대한 신임과 불신임을 결정하는 유권자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에는 정당이 내세우는 정치적 목표, 즉 이념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정당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정부가 위에서 언급한 친기업 정책을 펼쳤는데, 그 결과가 안 좋았다고 평가하는 유권자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유권자는 그 대안으로 (상대적으로) 친노동 정책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제적 이념이 국민의힘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완벽히 일치한다면? 국민의힘의 경제정책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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