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학일이었지!
개학일! 맞다! 오늘이 개학일이라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다. 왜 학교만 오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도통 짬이 나질 않는다. 게다가 오늘은 굵직한 일이 있었다. 어제에 이어서.
그래, 개학일!
성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마를 덮은 앞머리가 눈에 띄었다. “방학 잘 보냈어?” “네!” 오자마자 성하는 익숙한 듯 이것저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용운이가 들어섰다. 하마터면 용건이라 부를 뻔 했다. 쌍둥이 형제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우와 시은이가 들어서고, 둘을 향해 툴툴거리는 민서가 뒤이어 따라들어왔다. 윤이가 지나가며 나를 살짝 손대며, 자신을 알아채나 나를 바라보며 찰나 뜸을 들였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칠세라 얼른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마음을 채워주었다.
몇 아이들이 내 주위로 모여 들어 내게 말을 하는 건지 자기들끼리 떠드는지 재잘거렸지만, 이따금씩 아이들 소리가 아득해졌다. 다이어리와 노트를 꺼내들고, 오늘 처리할 많은 일들을 집중하여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독서 시간, 여기저기서 책은 안 읽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 되겠다 싶어 교사용 책상에서 하던 일을 칠판 앞 너른 테이블 위로 가져왔다. 떠드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1,2교시는 문화예술활동. 나는 오케스트라부. 아차! 차 안에 바이올린을 두고 왔네. 얼른 차에서 가져와 4층 음악실로 들어섰다. 바이올린을 꺼내들고, 아이들 옆에 앉았다. 그러나 너무 졸렸고, 눈을 꿈벅거렸다. 사실 이번 오케스트라 곡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제는 아주 잘하는 아이들이 있어 욕심이 나셨는지, 솔로를 위한 플랫 세 개가 들은 곡을 선정하셨다. 그러니 다장조 기본 음계를 전혀 배우질 못했고, 여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