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문명처럼 옮는다 : 현생 인류의 생존과 비생식 돌봄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4/04/22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대가 잘 끊기던 동물이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의 진화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각각의 고인류들이 전세계로 이주해 지역별로 독자적인 인종을 형성했겠거니 여기지만, 오늘날 현생 인류는 약 10만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진화한 종이 전세계로 퍼졌다는 단일 기원설이 최근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 얘기는 그 전에 각 지역에 존재했던 고인류들이 거의 멸종하여 현생 인류로 유전자가 전해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덕에 밝혀진,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한 고인류 중 현생 인류의 유전자 기여도를 가진 종은 네안데르탈인 1~4%, 데니소바인 0.5% 정도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고대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식인을 일삼는 거인 설화는 아마도, 그렇게 멸종해간 각 지역의 고인류에 대한 기억의 전승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근연종이 적은 인류의 특징을 생각하면, 세계의 고등 종교 경전에서 그토록 생육과 번성, 생식에 대해 집착했던 이유 또한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신석기 시대 해안선이 지금보다 낮았을 시절 동남아시아 순다랜드의 고인류가 멸종한 원인으로 7만 4천년 전 수마트라 섬 토바 화산 폭발이, 유럽 지역에 거주하던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원인으로는 3만 9천년 전 이탈리아 캄피 플레그레이 화산 폭발이 지적된다. 때마침 빙하기로 생존이 쉽지 않았을 고인류들에게, 화산 활동으로 인한 추가적인 기온 하강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을 것이다. 퀴어들에게는 거의 원수와도 같은 생식지상주의의 종교적 가르침이, 그 시절 인류에게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는 툴이었던 셈이다.

현대인의 내장 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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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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