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살아보기(필살기)8
2023/09/03
우린 뭐든지 빠른 나라에서 살다가 왔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느림은 뭔가 바보스럽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빠른 거였다 는 것을 알아갈 때 쯤 서서히 그 느림에 적응을 해 나가고 있었다. 남편이 학교에서 등록금 납입 증명서를 떼오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 픽업하러 가서 발급받으면 되겠지'하고 알겠다고 쉽게 답을 했다. 그게 문제가 될 줄은 나중에야 알았다. 학교에서는 1주일을 기다리란다. 첨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우리처럼 행정실에서 뚝딱 나오는 게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교장이 스탬프가 아니라 직접 싸인을 해야 했고 운 나쁘게 교장이 출장이라도 가면 마냥 기다려야 한다. 대신 싸인해 주고 하는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낫다
어디 그뿐인가. 은행에서의 잔고 증명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도 1주일이 걸린다고 하며 달러를 한장 한장 아이들 장난하듯 세는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두 손으로 돈을 거머쥐고 대신 세어주며 서류나 빨리해주면 안 되니?'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이 참았다. 그리고는 너무 급한 서류라서 그렇다고 양해를 구하고 케잌이라도 사다 주고 3일 뒤에 올테니 부탁한다고 말해두...
세상엔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도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을 일도 없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마인드 힐링 강의와 명상심리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구조 속의 편견을 깨려고 노력하지만 소수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함께 하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