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보요원의 긴 생애 짧은 이야기 6 – 휴전선을 넘으며
2024/03/13
어느 정보요원의 긴 생애 짧은 이야기 6 – 휴전선을 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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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업로드가 뜸해진 이유는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회고가 너무 짤막하기 때문입니다. 메모 정도의 몇 줄에도 짐작이 가는 사연이 있고, 저도 큰아버지에게 이따금 토막 토막 들은 얘기들의 기억도 있기에 못 쓸 것은 아니었지만 ‘소설’이 되면 안된다 싶어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습니다. 이런 저간 사정이 있으니 이게 꼭 큰아버지의 ‘실화’라기보다는 큰아버지의 메모를 근간으로 한 ‘History’ 아닌 ‘His story’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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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임에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들으며 웃은 적이 있다. 한 한국 사람이 일본인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일본 사람들은 지진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요? 정말 일본은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것 같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이야기였겠으나 듣는 일본 사람 기분 좋을 리 없다. 일본인은 이렇게 되받았다고 한다. “어유 한국은 전쟁 나거나 북한이 테러할까봐 무서워 어떻게 살아요? 한국에서 사람 살겠어요 어디?” 그러자 한국 사람은 손사래를 치며 그런 일 많이 없다고 또 우린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자 일본인도 역시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일상이 되면 괜찮아요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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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더욱 그럴 것이다. 전쟁은 우리와 아주 멀어진 것 같지만 또 그렇다고 하기엔 전쟁은 지금도 우리와 너무 가깝다. 연평도에 포탄 떨어진 게 불과 십수년 전 일이다. 민간인 사는 지역에 포격을 감행한 것은 그 살벌하던 내 군 시절에도 없던 일이었다. 당시 우리 군이 강력하게 보복하고 후일 미국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공습을 포함한 반격에 나서려는 걸 필사적으로 막았다고 회고하는 걸 봤으니 당시에도 전쟁은 우리 코 앞에 닥쳐 왔던 셈이다. 우리가 해주 항구를 때리고 북한이 경기도 일원에 방사포 쏘기 시작하면 싫어도 전쟁은 시작되는 것이니까.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