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금물에서 태어났다

김형찬
2023/04/14
"병원에서 혈압이 조금 높다고 싱겁게 먹으래서 그렇게 했더니,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 죽겠어요. 국을 끓여도 심심하고, 나물을 무쳐도 맛이 안 나서 밥 먹기가 고역이네요. 애들 아빠는 병원밥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성화에요."
   
가끔 맛이나 보라며 간식을 가져다주시는 아주머니께서 침을 맞다 말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얼마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위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 음식을 싱겁게 먹기 시작했더니 사는 재미가 없단다. 전라남도 출신의 아주머니는 동네에서 음식솜씨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이전처럼 엄지척을 받지 못한다고 하신다. ‘이제는 아주머니의 그 솜씨를 맛볼 수 없다니...’ 내 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의원 환자 중에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시는 분들이 꽤 많다. 그 중에는 앞선 환자처럼 저염식을 실천하는 분들도 있고,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하시며 먹고 싶은대로 먹는다고 하는 분도 있다. 재밌는 것은 동네한의원 통계 상 두 경우 모두 고혈압약을 중단하지도, 혈압이 더 높아지거나 약을 늘어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고혈압과 이에 따른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때문에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일반적인 통념이다. 최근에는 이와 상반되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는데, 아래의 기사도 상당히 흥미롭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마우스와 인간은 염분이 매개하는 면역력 증강(salt-driven boost in immune defense)의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달걀 프라이나 감자튀김에 소금을 듬뿍 첨가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이번 연구가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면역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김형찬
김형찬 인증된 계정
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148
팔로워 229
팔로잉 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