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 쿠데타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곽경훈
곽경훈 인증된 계정 · 작가 겸 의사
2023/11/27
1.
2001년 8월 뮌헨에서 로마행 기차를 탔다. 다만 목적지가 로마는 아니었다. 로마에서 브린디시행 기차로 갈아탄 후에 브린디시에서 아테네로 가는 배를 타는 것을 계획했다. 사실 애초의 여행계획과는 거리가 있었다. 처음 계획에는 아테네가 아예 없었다. 뮌헨에서 '짜증나는 하루'를 보낸 후에 충동적으로 아테네행을 결심했을 뿐이다. 다행히 유레일패스가 있어 추가비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테네를 향하는 선박에서는 선실이 아니라 복도에서 자야할 가능성이 컸으나 스톡홀름-헬싱키 구간에서 이미 경험한 터라 개의치않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테네에 가지 못했다. 로마에서 브린디시로 가는 기차가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계속 출발이 연기되다 새벽 1시에 취소된 바람에 하룻밤을 로마에서 노숙했고 다음 아침 베로나로 향했다.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아테네로 향하는 긴 시간 동안 읽으려고 뮌헨역에서 산 책이 정말 재미있었다. 

책의 제목은 'The Spanish Civil War', 저자는 안토니 비버(Anthony Beevor)였다.

2.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고 말한다. 오늘 우리가 '역사적 사실'이라 믿는 상당수는 승리한 쪽의 입장에서 변형된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사실 사건이 진행할 때도 프로파간다에 성공한 쪽이 승리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패배하여 비참하게 파멸한 쪽이 최종적으로는 프로파간다에서 승리하는 경우가 드물게 존재한다. '스페인 내전'도 그런 예외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내전이 발발하기 직전, 1930년대 초반의 스페인은 문자그대로 '엉망진창'에 가까웠다. 레판토해전에서 오스만투르크제국에 맞서 '기독교 유럽'을 지켰고 신대륙을 정복하여 막대한 부를 축척한 '제국의 영광'은 17세기 무렵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19세기가 되면 유럽에서 스페인이란 국가의 존재감조차 거의 사라진다. 1930년대의 스페인은 완전히 몰락하여 파산한 국가나 다름없었다. 산업은 낙후되었고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공군은 없었고 육군과 해군은 조잡했을 뿐만 아니...
곽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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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메디컬에세이를 쓴 작가 겸 의사입니다. 쓸데없이 딴지걸고 독설을 퍼붓는 취미가 있습니다.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반항하는 의사들>, <날마다 응급실>, <의사 노빈손과 위기일발 응급의료센터>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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