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칼부림이 벌어진다면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8/06
내 앞에서 칼부림이 벌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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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앞에서 날붙이가 번쩍일 때의 느낌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어도 그렇다. 언젠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망상에 사로잡힌 채 어머니를 폭행하고 있다는 딸을 대면하러 갔을 때, 그 딸은 낫 들고 풀을 베고 있었다.  이차지차 아주머니 저희랑 같이 가시죠 설득하는데 아주머니가 낫을 스윽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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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위협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뭐라구요?  허리를 돌리다가 내 앞으로 낫이 다가온 정도였다.  하지만 그 낫을 본 순간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행여 이 아주머니가 내가 자신을 공격한다는 착각을 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팔을 뻗으면 내 목에 낫을 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머리 속은 완전히 하얗게 됐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리무중이 아니라 백리백중 (百里白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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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뒤로 물러서 시선을 낫에 집중하면서 여차 하면 도망갈 태세를 갖추고 계속 말을 걸었지만 말이 제대로 나왔을 리 없다.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왜 말을 그렇게 더듬어요?"라고 반문할 정도였다.  당연하지 이 아줌마야.  당신이 낫을 들고 있는데. 그 뒤로도 가끔 멀리서 칼이나 기타 흉기를 든 풍경을 보곤 했지만 그렇게 가까이에서 사람 손에 들린 날붙이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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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부림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불특정 다수...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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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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