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편지] 샛강에서의 어느 하루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3/01/17

2018년 창립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태백 검룡소부터 서해하구에, 한강 곳곳에 사는 동식물들과 사람들이 강에서 행복하기를 꿈꿉니다.

샛강센터에 청년들이 왜 모였을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지난 14일 아침 9시 30분. 스무 명의 청년이 샛강센터에 모입니다. 자원봉사 하러 온 단정한 선남선녀들입니다. 여의 샛강생태공원에 대한 기초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지하에서 보호 장구를 갖춥니다. 장화까지 다 갖춰 신은 다음, 수천 그루의 사철나무가 자라고 있는 88도로 사면으로 갑니다. 2년이나 3년 전에 심은 나무들이 어느새 청년들의 키만큼 자랐습니다. 오늘 이 자원봉사자들이 할 일은 나무들이 계속 잘 자랄 수 있도록 주변 정리를 하고 도와주는 일입니다.
사철나무를 돌보는 자원봉사자,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아침 10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박새야, 너도 설날엔 떡국 먹니?’라고 다소 엉뚱한 제목의 프로그램에 오신 분들입니다. 까치도 아니고 웬 박새? 그러나 제가 곰곰 생각해보니 꽤 그럴싸한 제목이었다 싶어요. 샛강에는 까치도 무척 많지만, 귀여운 박새들이 살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가슴께 속 털을 부풀린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박새 같은 작은 새들은 아무래도 겨울에 배가 고픕니다. 먹이를 나눠주는 건 그들에게 좋은 일이죠. (제주도에서 배고팠던 어린 시절을 겪어본 저로서는 먹을 걸 나누는 일은 무조건 찬성합니다. 제주 만덕할망처럼 돈도 많이 벌고 먹을 걸 많이 베풀고 싶군요!) 

오늘 샛강에 온 가족들은 박새를 위해 먹이를 달아줍니다. 박새 먹이를 위해 좋은 재료를 넉넉히 샀습니다. 땅콩버터에 각종 견과류, 그리고 잡곡까지. 배가 고프면 사람이 먹어도 그만일 좋은 것들이죠. (우리 직원들은 아무도 안 먹더군요. 제가 배고플 틈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같은 시간에 2층에서는 표정옥 교수가 진행하는 ‘자연과 생태 상상력으로 읽는 한국 신화’ 강좌가 열립니다. 오늘의 주제는 꽃입니다. 다양한 한국신화 속에 나타난 꽃과 그 의미를 배웁니다. 그나마 저는 책을 좀 읽으려고 하는 편이라 삼국유사는 보긴 했지만, 우리 신화가 이렇게 풍성한지 몰랐습니다. 마늘과 쑥, 동굴 이야기만 중요한 게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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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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