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 보육사 일기 <마시멜로>

서은혜
2022/06/02
아주 짧은 한순간의 기쁨 때문에 아주 긴 시간의 힘듦이나 지루함 같은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지고는 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반짝하면서 그런 순간이 나를 치고 들어왔다. 그게 나른한 햇빛 때문인지 마시멜로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베란다 창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거실 마룻바닥에 격자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환하게 빛나는 마룻바닥이 고마워서 아침부터 정성을 들여 청소를 하게 되었다. 잠을 충분히 자고 난 다음이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집 안 구석구석엔 윤슬이와 오순이가 가지고 놀다가 내버려 둔 인형이며 장난감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제자리에 정리를 다 하고 나서 잠을 자자고 잔소리를 하던 내 모습이며,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뜨리고 실갱이를 벌이던 아이들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어질러진 장난감들이 재잘거리는 어제의 이야기가 귀엽다는 생각까지 했던 것 같다. 맥스 모드로 올린 청소기로 집을 한바퀴 돌고나서 먼지 하나 보이지 않는 바닥을 확인하고는 아침식사 준비를 서둘렀다.

명절에 이어 윤슬이 생일을 보내느라 먹을 것이 많았다. 소고기 불고기에 잡채와 미역국을 덥혀서 상에 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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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입니다. 틈나는 대로 사는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eunhye.seo.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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