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연
전다연 · 나는 무엇이 될까?
2024/03/24
나는 피스보트에 한국어-영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탑승했다. 한국어-영어 통역 부문 같은 경우, 지원자가 별로 없어 통역 봉사자로 선정만 된다면 원하는 항차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원래 작년 12월 출항하는 남미와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하는 항차에 타고 싶었다. 하지만 지원하는 당시, 당장 2주 뒤에 출항하는 항차에 한국어-영어 통역가가 부족해서 곤경에 처한 피스보트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다. 또 시간만 괜히 길게 끌다 내 백수 신세에 변수가 생겨 12월에 세계 일주를 떠나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하더라도 당장 출항하는 크루즈에 타야겠다 결정한 것이다. 2주 안에 갑작스러운 출국과 크루즈 여행 준비만 하느라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다 썼다. 피스보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평화’, 이 단어 말고는 전무했다. 출국 당일 진짜 국제 납치단은 아닌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홈페이지와 관련 기사를 검색해 신원만 확인해본 게 끝이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제대로 된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선정됐다. 나와는 다르게 탑승 전부터 피스보트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보통 자원봉사자로 선정되면 매주 2달 동안 피스보트와 통역 자원봉사에 대한 이해를 돕고 통역 역량도 훈련하는 모임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항 2주 전에는 모든 자원봉사자와 관계자들이 크루즈에 미리 탑승해 선내 생활에 적응할 겸 일종의 합숙 훈련을 한다. 나는 뒤늦게 합류한 케이스라 이 채용과 훈련 과정은 생략되었다. 후발 주자로 승객들이 탑승하는 출항일에 탑승해 본격적으로 피스보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크루즈에서 105일간 생활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알게 된 것도 있고, 궁금한 게 있으면 틈틈이 직원용 컴퓨터로 검색해 알게 된 것도 있다. 검색하다가 알게 된 내용 중 가장 처음으로 내 가슴에 울림이 있었던 것은 피스보트의 탄생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4
팔로워 27
팔로잉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