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은
서지은 · 어느 책 중독자의 수기 작가
2023/04/12
여기 두 사람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기로 평생을 서약한 남자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아니 하나님께 드려졌기에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는 속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영화는 선거로 시작한다. 세속인인 보통 사람들은 하나님의 대리인인 교황의 선거에 참여하거나 관전할 수도 없다. 다만 새 교황이 선출되면 굴뚝을 통해 나오는 흰 연기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선거는 한 번에 끝나지 않았고, 결국 한 사람이 선출되었다.
가톨릭계는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 여기 주인공 중 한 분의 모델로 보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나라에 방한까지 해주셔서 세월호 한 가운데에서 유족을 아마도 뺀 상태로 탄핵당한 대통령에게 광화문 한 복판에서 초대된 사람들만 입장가능했던 미사를 집전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에서처럼 라틴계 개혁성향을 띄고 권위를 타파하는 행보를 보이시는 장난끼 어린 표정도 지으시고 싫어하는 지도자에게는 엄근진한 표정을 짓기로 유명하신 무려 우리나라 힛트 드라마 열혈사제에서도 이름의 등장 만으로도 모든 분위기를 반전시키셨던 바로 그 분이시다!
얼마나 사실에 기반했는지는 몰라도, 그는 젊은 시절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렸으나 오랫동안 응답이 없자 이 땅에서의 '보통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고 취업하고 연애를 하다 마침내 그녀에게 청혼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렇게 순조롭게 풀리면 그건 영화가 아닐터, 그리고 우리는 교황을 얻지 못했을 터이고:) 바로 그날! 이발을 하고, 새 셔츠를 입고, 아름다운 꽃을 한다발 손에 들고 그녀에게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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