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2/21
첫째는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다. 동물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말을 제대로 하기 전부터 동물 책만 가져와 읽어달라고 조르더니, 말을 하기 시작하고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동물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시골마을에 살다 보니 어디든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숨어 있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바쁘게 움직이는 수많은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 개미, 노린재, 공벌레, 메뚜기, 거미 등.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아이는 풀숲을 헤치며 곤충들을 찾는다. 새끼손톱만큼 작은 사마귀나 메뚜기를 만나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녀석들의 몸집이 점점 불어나면 아이는 신이 나서 여기저기 곤충들을 잡으러 다닌다. 잡는다기보다 거의 줍는 수준이라고 할까. 잡고 풀어주기를 반복하다 보면 곤충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여름을 지나 자연스레 가을에 도달한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커지고 날이 추워지면 벌레들도 점점 사라지는데, 아이는 이를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무당벌레가 겨울을 나기 위한 장소를 물색하다 종종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오히려 반가워한다. 함께 살자며 벌레를 굳이 잡지 않고 놔둔다. 벌레 친화적인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아이는 벌레의 한 해 살이를 통해 자신의 일 년도 배워가는 듯하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자연을 사랑하던 영락없는 시골 아이가 요즘 들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도시의 맛을 점점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설 연휴 동안 육지에 있는 양가를 방문하는 김에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빌딩 숲 속을 거닐고 커다란 쇼핑몰과 박물관도 들르고, 한강과 청계천도 걸었다.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타고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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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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