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를 견디며 열정을 유지한다는 것 (박권일)
2023/01/26
필자 : 박권일 (『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토론의 즐거움 멤버)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어떤 선생님은 "권일아, 40대가 되면 창피한 게 없어져"라고 하며 웃었다. 따라 웃긴 했지만 30대 초반이던 그 무렵엔 이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랐다. 그러다 40대가 되어보니 과연 그 말대로였다. 난 30대에 로드바이크를 시작했는데, 라이딩할 때 입는 빕 타이즈가 부끄러웠다. 그런데 그때보다 몸매가 더 망가진 40대엔 더이상 그렇지 않았다. 저 말은 중장년 남자 특유의 '개저씨스러움'이 장착된다는 의미라기보다-물론 그런 면도 분명 있지만-, 젊은 시절 스스로를 괴롭히던 어떤 굴레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다. 그 굴레란 무엇인가? 타인의 시선이다. 내가 이걸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세상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평가할까, 같은. (여성의 경우는 또 살짝 다르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제는 모든 여성에게 억압을, 특히 자기억압을 강요한다.)
많은 사람들은 앙팡테리블이니, 어리면 무서운 게 없다는 소릴 하지만 내 경험상 정반대다. 영유아기를 제외하고 보면 사람은 어릴수록 무서운 게 많다. 불안한 것도 많고 안달하는 것도 많다. 왜? 자기만의 행위 기준이...
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
뒷이야기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