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요

박신 · 게으른 글쟁이
2021/10/02
제 28년 인생에서 가장 최선을 다했던 때는 고등학생 시절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힘든 시기 역시 고등학생 때였죠.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그때의 최선은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물결에 휩쓸린 듯 떠내려가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내 의지가 아닌 최선은 그냥 나를 고갈시키는 행위일 뿐입니다. 결말이 훤히 보이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지루하고 재미없죠. 그런 시절을 통과한 존재들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릴까요? 그보다 더 나은 삶이 나타날까요? 저는 안타깝게도 학창 시절 어긋난 최선은 앞으로의 예고편 같다고 생각했어요. 더 나은 삶을 원하지만 믿기 싫은 최악만 기다리고 있던 셈이죠. 

10대의 불행은 잘못 끼운 첫 단추입니다. 애초에 방향이 틀린 것이죠. 그다음부터는 아무리 나아가려 해도 어긋날 뿐입니다. 물론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발견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실에선 되돌아갈 시간이 부족합니다. 결국 10대의 불행은 20대의 좌절이 되고 30대의 절망이 됩니다. 

다들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말하죠. 근데 첫 단추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1
팔로워 8
팔로잉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