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위기를 앞두고 혼자되지 않는 나라
2023/11/25
 2023년 3월,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 문제 탓에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에 사임해야 했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학교폭력을 저질렀다. 피해 학생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상처받았지만, 정 변호사의 아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그 뒤에 든든한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을 강제전학시키려는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 대법원까지 갔다. 자신이 직접 법적 대리인으로 나섰고, 사법연구원 동기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자신의 법 지식과 인맥을 한껏 활용해서 학교를 괴롭힌 것이다. 판결이 길게 미뤄지니 피해 학생은 정 변호사의 아들과 같은 학교를 계속 다녀야 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가 법 앞의 평등마저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법은 공짜가 아니다. 법을 공부하는 일부터 변호사를 고용하는 일까지, 법의 보호를 받는 일은 많은 시간과 돈을 요구한다. 때문에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가 과하게 불평등한 곳에서는 법 앞의 평등도 형식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정순신 변호사가 보여준 것처럼.

 최근 상속세 논의에서는 이런 우리나라 상황이 빠져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 사이에서 굉장히 불평등하고 재분배에 소극적인 편이다. 하지만 상속세 논의는 마치 중학생이 명품을 찾듯이 국제적인 유행을 따르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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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를 연구하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분별 없는 개인화와 각자도생 정신에 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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