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의 퀴어談] 인연(因緣), 함께 겪는다는 것

이웃집퀴어
이웃집퀴어 · 외국기업경영총괄/위기관리 전문
2024/08/12
내게는 이제 사 년 차에 접어든 친구가 있다. 막다른 벽에 도달한 인생의 탈출구를 찾아, 사방을 두들기고 아무에게나 물으며 다니던 2021년 봄에 우리는 처음 만났다. 당시 블로그로 연결된 마음앓이가 닮은 도반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다 만나서 식사를 했는데, 그녀가 또래 친구라며 소개해 준 사람이 이 친구다. 40대에 연고도, 주고받을 비즈니스도 없이 친구가 된다는 건 어렵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가려지지 않는 공통점이 있던 우리는 큰 노력 없이 가까워졌다. 그 무렵 2년 정도 청담동과 용산을 오가며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나처럼, 친구도 20년 넘게 건축 시행과 부동산 중개 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승전결 돈, 돈 놓고 돈 먹는 막장인 판에서 염증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발을 빼고 싶어 두리번대는 두 사람은 나누고 싶은 게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업장을 정리한 나와 달리 친구는 10년 가까이 일한 중개 법인에 사표를 낼까 고민 중이었다. 유산 문제로 생각지도 않던 커밍아웃을 엄마와 언니에게 해버리고는 일주일 후 급히 집을 구해 엄마를 남겨두고 나왔다. 법적으로 내 집에서 내가 나온 거라 가출은 아니지만 그 즈음 내 마음은 그야말로 황무지, 'I don't know what to do.' 상태였다. 이미 그것보다 더한 일, 이혼 등을 줄줄이 겪어내며 거기까지 온 친구는 이런 내 마음에 강하게 와닿았다. 
호연지기보다는 동병상련에 가까운 양상으로 서너 해를 같이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각각의 집 사이에 놓인 거리 곳곳을 거닐고, 가끔은 서로의 집에서 가까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했다. 이 정도 세월을 보냈다면 우리 우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지만 결정적으로 우리 둘은 성격, 취향 등이 정반대라고 해도 될 만큼 다르다. 무뚝뚝한 말투와 '-습니다.' 채로 툭툭 던지는 직구형 멘트에 가슴에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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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삶에서 기억되는 삶으로 비행 중인 중년 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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