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용지 묘지》의 토욕혼 문자 시독

晦溟
晦溟 · 그믐달과 아득한 바다
2024/04/24
BabelStone에서 인용
2019년 12월 25일, 중국 간쑤성 톈주 티베트족 자치현 소재의 무덤에서 좌면에 가설적인 토욕혼(吐谷渾) 문자가 새겨진 묘지명(7세기 말?)이 발견되었습니다. 묘주는 토욕혼 왕국의 마지막 왕인 모용낙갈발(慕容諾曷鉢)의 삼남 모용지(慕容智)입니다. 토욕혼어는 선비·몽골어족 선비어파에 속하는 사멸한 언어로, 고유명을 포함한 몇 가지 단어와 단편적인 기록 외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선비족의 일파인 모용부가 서역에 세운 국가인 토욕혼은 서기 663년에 토번(吐蕃)에 의해 멸망하였습니다. 그런데 《모용지 묘지》에서 토욕혼 문자로 여겨지는 수수께끼의 한자계 문자가 새겨진 것이 확인되면서, 약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묘지명에 새겨진 것이 정말로 토욕혼 문자로 적힌 토욕혼어라면, 이미 선비어파 중에서 거란어에 이어 두 번째로 언어 자료가 많았던 토욕혼어는 자국의 문자로 자국의 언어로 표기한 기록을 남긴 것이 확인된 두 번째 선비어파 언어가 됩니다.
 
토욕혼은 두 종류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는 토욕혼의 시조로 여겨지는 모용토욕혼(慕容吐谷渾)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吐谷渾 thuX yowk hwon으로, 고대 티베트어 자료에서는 ཐོ་གོན་ thogon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티베트어에서 더 일반적으로 사용된 호칭은 འ་ཞ་ ‘azha였으며, 한문 자료에서 대응되는 단어는 阿柴 'a dzrea로 나타납니다. 여담으로 13세기 《원조비사》(元朝秘史)에 몽골의 서하(西夏) 원정에 대항한 서하의 장군으로 등장하는 아사감부(阿沙敢不)의 성씨인 阿沙 aša가 토욕혼을 의미한다고 여겨집니다.

《위서魏書》에는 북위의 탁발선비가 일찍이 1천여 자로 구성된 독자적인 문자 체계를 고안했음을 시사하는 구절이 있고, 한적(漢籍)을 선비어로 번역하라는 명을 내렸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저는 앞선 기사 〈거란어의 “쌍두사 문제”와 고대 한국어 어휘 차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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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언어학, 중국어 음운학, 한자학 전반, 역사 요리서, 서체, 거란어,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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