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늙었고 나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거다.
2023/03/01
엄마는 냉정하고 무섭고 성질이 급하다. 그런 엄마밑에서 닥달 받으면서 난 느리고 온순한 내가 못났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육식성의 엄마에게서 왜 고기를 못 먹고, 사냥을 못 하나고 구박받으면서 자란 초식성의 딸이랄까.
원래 엄마가 신경질 부려도 찍소리도 잘 못했는데, 요즘 무언가 달라졌는지 이번 통화에선 엄마가 목소리 괜히 높이길래 나도 높여서 조금은 힘줘서 말했다.
내가 좀 행동이 느리고 겁이 많고 조용하고 빠릿빠릿하지 못해도, 그것 때문에 내가 바보인 건 아니고 좀 실수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엄마는 날 그렇게 느끼게, 비참하게 만들곤 했다. 엄마가 좀 상황이 안 좋아지면 그렇게 닥달하고 두 얼굴로 변해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까? 난 어릴 땐 엄마가 두 사람인줄 알았다. 무서운 엄마와 다정한 엄마. 물론 무섭고 칼같고 냉정하고 신경질적인 엄마일 때가 더 많았고. 우리집이 사정이 험했고 살기 어렵고 위급상황이 많았던 만큼.
어쨌든 그렇다고 상대방이 불공정하게 화낸다고 나도 이성을 잃고 화내는 건 내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니까. 이럴 때 겁먹거나 주눅들지말고 당당하게 내주장을 하는 법을 익히고 싶다. 연습, 연습. 그리고 엄마가 사는 게 참 팍팍했다는 것도 나름 이해해주고 싶고 말이야. 술주정꾼 아빠에 도와주는 사람 없이 살림 꾸려가는 일을 애면글면하며 몇십년 동안 '난 혼자야,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이렇게 절규하면서 살아왔다면 이렇게 되실 수도 있겠지.
어쩌면 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