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가장한 만남, 정동길에서 재회한 옛 연인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31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 한 번쯤 그런 일을 기대한 이가 없지는 않을 테다. 언제나 그러하듯 욕구가 있다면 실현되기도 한다. 헤어진 이와의 재회를, 용감한 누구는 실제로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흘러간 관계는 흘러간 대로 놓아두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할 테다. 헤어짐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가 오늘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옛 연인을 한 번쯤 다시 만나 어떻게 지내느냐 물어보고자 한다. 그중 또 일부는 더 나아가서 옛 관계를 복원하거나 새 관계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인간사, 그중에서도 남녀상열지사를 누가 알겠느냐며. 미련과 열망 사이, 옛 연인과 재회하는 어느 커플의 이야기가 그렇게 또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 앞에 닿는다.
 
▲ 전주국제영화제 스틸컷 ⓒ JIFF
 
서울 대표적 산책로가 주인공이 된 영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단편2' 섹션에서 상영된 <정동길>은 도심 산책로로 유명한 정동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5분짜리 짤막한 단편이다. 그저 배경이라고만 적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영화의 제목으로 '정동길'을 빼어달았을 만큼, 그 길의 존재가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연인 두 배우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 이상으로. 그럼에 정동길은 배경을 남아 영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정동길이 어디인가.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로부터 시작하여 정동로터리와 정동교회, 국립정동극장을 지나 서울아트시네마에 이르는 고풍스런 길이다. 대한제국 말기 국권을 잃고 무너지던 조국의 상징으로써 옛 러시아 대사관 등 고풍스런 서양식 건물들이 자리한 곳이고, 그 이국적 정취 탓으로 연인들이 몰려들어 데이트를 나누는 낭만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연인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니만큼 유래를 알 수 없는 온갖 이야기도 많다. 옛 서울가정법원 근처란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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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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