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질하는 여자

새로샘 · 글 읽고 쓰기 즐기는 사람
2022/08/24
걸레질 하는 여자……  김기택

허리와 머리를 깊이 숙여야 한다.
엉덩이를 들어야 한다
무릎 걸음으로 공손하게 걸어야 한다
큰절 올리는 마음으로
아기 몸의 때를 벗기는 마음으로 닦지 않으면
방과 마루는 좀처럼 맑아지지 않는다
어디든 떠돌아다니고 기웃거리고
틈만 보이면 비집고 들어가 눌러앉는 먼지들
오라는 곳 없어도 밤낮없이 찾아오고
누구와도 섞여 한몸이 되는 먼지들
하지만 정성이 지극하면 먼지들도 그만 승복하고
고분고분 걸레에 달라붙는다.
걸레 빤 물에 섞여 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그렇게 그녀는 방과 마루에게 먼지에게 
매일 오체투지(五體投地) 하듯 걸레질을 한다

#50년 정도 지나면, 사람들은 이 시가 무슨 뜻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 요즘 이렇게 무릎으로 걸레질하는 아낙이 어디 있을까? 이 시를 읽는 청소년은 이미 문화충격일 수도.

  나만 해도 무릎으로 걸레질 하지 않는다. 먼 태곳 적의 얘기처럼 아득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시는 곧 퇴화되어 버릴 창작물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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