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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결론이 될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천관율 에디터(와 정한울 전문위원)께 묻고 싶습니다.

2년 전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를 쓰실 때, 20대 남자가 하나의 집단으로 묶일 수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르셨나요?

천관율 에디터께서는 2년 전 위의 글에서, 20대 남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간주하여 분석하셨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글은 정면으로 이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물론 "페미니즘 문제에 대해서는 단일성을 보다 강하게 가지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과 노동시장 등에 대해서는 분화된다"라고 하면 한 측면에서는 단일성을, 다른 측면에서는 다면성을 가진다고 해결할 수는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전 묻고 싶습니다. 2년 전에도 정말 모르셨나요?

저는 박사과정에서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을 조금 공부했습니다. 이런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들은, 집단을 특정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집단이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되고, 그 기준에 따라 고유한 특성을  지닌다는 주장을 접하면, 해당 특성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제3의 요인이 없는가를 체계적으로 의심하는 훈련을 받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20대 남성이라는 특정 연령대의 코호트가 동질성을 지닌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서 시사in 기사처럼 단일하게 분석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접근하자면, 소득과 계급, 또는 친구고 이성인 존재와의 교류 빈도/강도(아마 설문을 만든다면 '연애 관계가 아닌 이성친구가 없다/1-3명/4-6명/7-9명/ 10명 이상 있다' 정도로 측정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에 따라 문항별 답변 패턴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천관율 에디터(그당시는 기자셨지만 편의상 현재의 호칭으로 통일하도록 하겠습니다)의 시사in 글에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웠습니다. "그 기사"에 대한 논의가 책으로, 강연으로, 유튜브로 퍼져나갈때마다, "소득변수를 통제한 다음에도 저 패턴이 그대로 남겠어?"란 생각을 하거나 지인들과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때마다 말하곤 했습니다.

다시 "그 글"로 돌아가 봅니다. 

2019년 3월. 몇 번인가 기획 미팅이 도돌이표로 끝난 어느 날, 기자는 한국리서치 정한울 연구위원(정치학 박사)과 마주 앉아서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현상의 원인을 찾아도 모자랄 시간에, 현상 자체가 무엇인지부터 검증해야 할 판이었다. 보수화 가설도, 공정세대 가설도, 시험 공화국 가설도, 반(反)페미니즘 가설도, 여성혐오 가설도, 세대갈등 가설도 증거가 부족해 보였다. 묵묵히 듣고 있던 정한울 연구위원이 간명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정말 그렇네요. 그러면 다 물어보죠 뭐.” 기자는 처음에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뭘 다 물어본다고요?” “그거 전부 다요.”

그래서 전부 다 물어보기로 했다.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최대한 다 집어넣은 질문지를 짰다.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공동 기획한, 질문 숫자가 208개에 이르는 초대형 여론조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저는 "모든 가능성을 최대한 다 집어넣은 질문지"에 주목합니다. 주간지 글판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천관율 에디터와, 여론조사 판에서 명민하기로 명성 높은 정한울 선생이 같이 질문지를 짜셨습니다. 이 때, 20대 남자가 단일 그룹이 아닌, 분화된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 변수가 전혀 포함이 안 되었을거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접근하자면, 위의 설문에 소득과 계급에 대한 질문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시사in의 기사 어디에도, 소득과 계급 등, 20대 남성의 특성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제3의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은 검토되지 않았습니다. 다시말해, 20대 남성이 하나의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소득이나 학력, 이성과의 교류 빈도/강도에 따라 이질성을 지닌 소그룹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만일 검토가 되었다면 이런 코멘트가 더 붙었겠지요. "이러한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을 검토하기 위해 소득 분포에 따른 답변 패턴을 분석하였으나 결과는 동일하였다." 저는 지난 2년간 시사in의 기사로, 책으로, 강연으로, 그리고 유튜브로 무수히 복제되고 전파된 "20대 남자론"에서 제3의 요인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20대 남자의 소득이나 학력에 따라 남성차별문제, 페미니즘 점수 등의 패턴이 상이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제목으로 그간의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계십니다.

20대 남자는 누구인가라고 묻던 분이, 이대남 현상은 착시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2년 전 시사in 기사를 쓰실 때 208개의 질문에 이르는 초대형 여론조사에, 20대 남자의 세부그룹 분화를 추적할 수 있는 설문이 전혀 없었던 건가요, 분석할 필요가 없던 건가요? 아니면 분석을 하셨지만 제3의 요인이 '페미니즘 문제'에 한해서는 작동하지 않아 언급 자체를 안 하신 건가요?

천관율 에디터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천관율 에디터께서는, "20대 남자"를 특정한 정체성을 지닌 하나의 집단의 특성이 있다는 담론의 가장 앞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기사로, 책으로, 강연으로, 유튜브로 주장을 펼치시고 주목을 받아 오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대남 현상이 착시라는 주장을 "데이터에 기반하여" 펼치고 계시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2년 전에는 정말 모르셨나요?

p. s. 혹시나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2년 전의 시사in의 기사에서 제시한 20대 남성의 답변 패턴이, 소득 등의 다른 변수의 영향을 통제한 뒤에도 동일하게 유지될지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2년 전과 지금의 괴리가,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단일하지만 미래전망과 노동시장 등에 대해서는 분화된다"로 깔끔하게 설명될 수 있을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