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문짝의 뒷면

노영식 · 석기시대 언어학자
2023/06/23
달 앞면은 보름달 밝은 날에 달 분화구 크레이터를 뚜렷이 볼 수 있다. 
pixabay 검색어 crater
인류가 달 뒷면을 보게 된 것은 1959년 루나 3호 때부터다. 앞면과 달리 뒷면은 온통 크레이터 투성이였다.  
왼쪽 달 앞면. 오른쪽 달 뒷면. 출처: 미 항공우주국.
https://www.nasa.gov/
달 앞면은 (물 없는) 바다라고 보이는 검은 부분에 익숙하다가 달 뒷면은 낯설었다. 

아파트 집집마다 문짝 앞면은 비슷비슷하다. 무표정이 표정이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문 앞에 卍이나 十 표시에 불경이나 성경이 집안에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기 분전함 누전 검사가 나왔다. 이때 집집이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우연히 문짝 뒷면을 보게 되었다. 복도는 지난 주에 물청소를 해서 깨끗하다. 물청소한 다음 날 비가 왔다. 머피가 생각났다.
어느 집1. 수직선 무늬다.
사진 노영식.
어느 집2. 벽걸이 화분에 바닥 쪽에는 화분이 셋 나란히 그려져 있다. I LOVE YOU.  이 집은 모녀가 살고 있다. 연로한 80대 말 없는 할머니와 말수가 적어 보이는 50대 딸을 종종 본다.
사진 노영식.

똑같은 아파트 문을 장식도 없이 민무늬로 단조로이 보았다. 문 뒷면은 조금씩 집 주인 취향을 살렸다. 문짝의 두 얼굴이다. 무변화 속의 변화다.

한 번은 아파트 주민들 서명을 받기 위해서 동대표를 도와 집집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간 적이 있다. 옛 가구 반닫이가 있는 집은 고령자가 살고 있었다. 수족관에서 구피(거피) 열대어가 떼지어 노는 집은 직장 스트레스가 심해 우을증세를 겪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탁본을 벽에 걸어둔 집이 있었다. 역사 과목 교사를 하다가 은퇴한 사람이었다. 탁본은 낯익은 임신서기석이었다.
PIXABAY. 그 집 수족관은 직육면체였다.
임신서기석 탁본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DB
https://db.history.go.kr/item/imageViewer.do?levelId=gskh_003_0010_0120
누가 사는지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달랐다.



🐮 🐄 🥛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얼룩소 시작하기

만 년 전 구대륙 인류의 신대륙 확산 이후 단절된 언어 비교로 석기 시대의 언어를 발굴한다. 특히 남미 안데스 산중 티티카카 호반의 언어와 아시아 언어를 비교한다. 각 언어 전문가 논저와 DB를 이용해 신뢰성을 높인다.
1.1K
팔로워 252
팔로잉 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