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담쟁이 덩굴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8/07

어젯밤 산책을 나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데 매미 소리가 비상구 계단을 타고 메아리쳐 울고 있었습니다. 너무 가까이에서 울고 있어 환청이라고 믿을 정도로 크게 메아리쳐 울렸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높다란 천장을 올려다보았는데 소리의 진원지는 몸을 천장에 붙이고 몸을 들썩 거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건물 안으로 왜 들어왔는지 건물 안에서 짝을 찾는 중인 건지 알 수 없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마이크에 대고 에코까지 넣어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건물 현관을 벗어나도록 매미 소리는 머리카락을 발끝으로 움켜쥐고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밤을 걷습니다. 밤은 이제 막 떡을 쪄내고 식어가는 시루처럼 날려 보낸 물기와 식지 않은 열기로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시루의 끝과 끝에 닿을 수 없는 떡시루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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