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무늬를 새기는 일
2023/08/31
“공부란 우선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 즉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몸을 끄-을-고 나아가는 일에서 시작하지요. 이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즉 타인을 돕는 일에 이르는 일련의 총체적 과정입니다.” 철학자 김영민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모국어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완성해 나아가는 보기 드문 철학자 중 한 명이다. " 글은 뇌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하는 것이라(김영민) ㅡ " 믿어서 나는 오늘도 뇌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의 문장 몇몇을 소개한다.
1 부사는 주어의 복심이다
김영민은 이런 문장을 구사했던 적이 있다. " 부사는 주어의 복심(腹心)이다 "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전율을 느꼈다. 우리는 흔히 술어(동사,형용사)에만 촛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서 나는 간신히 밥을 먹었어 _ 라고 했을 때 우리는 주체의 행위 결과인 " 먹었다 " 에 촛점을 맞추지만 정작 화자인 나'가 하고 싶은 말은" 밥을 먹었다 " 가 아니라 " 간신히 " 라는 부사다. 밥을 먹긴 먹었는데 요즘 걱정도 많고 되는 일도 없고 해서 겨우 간신히 밥숟가락 들었다는 소리다. 화자는 밥을 먹었다는 진술을 흘리면서 청자에게 은근슬쩍 나의 곤경을 헤아려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서늘한 긴장감
김영민은 << 동무론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동무란, "섬세하고도 ...
@승아의 책장 김영민 님 문장이 조금 고리타분해서 읽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사전 찾아가면 읽었는데 통찰 하나만큼은 뛰어나신 분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철학자들이 서구의 철학 개념을 아무 생각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이분은 모국어의 활용을 적극 하시는 분입니다.
허허 님도 김영민 철학자 찬양하셔서 한 번 읽어보려고 저서 한 권 구매했습니다.
제목부터 <차마, 깨칠 뻔 했다>여서 뇌리에 팍 남았어요.
악담 님의 극찬 글을 읽으니 이젠 정말 읽을 때가 온 듯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