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깨를 지켜줘
2023/02/24
장기간의 상담을 받고 있을 만큼 정서적으로는 문제가 많아도 육체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게다가 오른쪽 어깨의 통증은 고질병이다. 대체 언제부터 이랬지 싶어서 일기를 찾아보니 최초의 기록은 2018년. 4년이 넘도록 어깨 통증을 안고 산 셈이다.
투수도 아니고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왜 오른쪽 어깨를 다쳤느냐, 그건 무거운 짐을 오른쪽으로만 지고 다닐 때가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짐이란 대체로 보드게임일 때가 많았다. 부끄럽게도 그렇다. 일반 상식으로 보면 좀 이상한 얘기지만, 나는 최대한 부피를 줄이겠다고 게임의 내용물을 뽑아서 여러 게임을 한 박스에 몰아넣은 다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오, 게임을 더 가져갈 수 있겠어’ 라며 그런 박스를 한두 개 더 만들어 운반할 때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박스의 부피만큼의 종이를 들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될 때가 잦았던 셈이다. 물론 들거나 지고 다니기 벅찰 정도가 되면 캐리어를 쓰긴 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면 캐리어도 들어야 할 때가 적지 않은 데다, 나는 그럴 때마다 오른쪽 어깨만 혹사하는 버릇이 있어서 어깨 부담이 전혀 없진 않았던 모양이다.
나도 아프면 괴롭고 걱정되는 만큼 어깨를 혹사한 다음날에는 가급적 무리하지 않도록 신경 쓰며 어깨를 풀어주는 운동을 하기도 하고 아프지 않을 때면 어깨 강화를 위한 팔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버티면서 조금씩, 살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쯤부터는 어깨를 많이 쓴 이후로 통증이 지속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저번 주쯤 되자 이게 도무지 안 낫는 것 같았다. 이러다 영영 낫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적어도 유튜브에서 배운 건강 운동이 쓸모없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하여 결국...
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