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석과 두 개의 나라

김종갑 · 문필가, 몸문화연구소 소장
2023/02/22
   
전철이나 버스에 특별석으로 마련되어 있는 노약자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노약자석은 우리사회의 치부를 보여주는 상처이며 증상이기 때문이다. 노약자를 우대하기 위해서 마련된 노약자석은 그러나 그 선한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야기한다. 그것은 노약자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단절하고 격리시킴으로써 외딴 섬처럼 소외시켜버린다. 한편에 다수의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노약자”로 분류되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물과 기름처럼 양자는 서로 섞이면 안 된다. 노약자는 우대나 존중의 명목으로 격리를 당한다. 

노약자석이 생기고 나서부터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에서는 노약자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역도 참일 수 있지만, 노약자석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크다. 노약자의 인격이나 존재는 노약자라는 “이름표”나 좌석 배치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특별석이 노약자를 알아서 모시고 대접을 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노약자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다. 면죄부와 알리바이를 제공한 것이다. 일반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자기 앞에서 노약자가 힘겨운 모습으로 서있어도 자리를 양보해줄 필요가 없다.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도 그러한 노약자의 존재를 불편해하지 않는다. 노약석에 빈자리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도 관심사가 아니다. 노약자석과 일반석이 두 개의 서로 다른 나라처럼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약자석이 있다는 사실이 노약자에 대한 젊은이들의 의식을 마비시켜놓는 것이다. 그들의 의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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