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어느 날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는 모습에 시든듯하여 꽃가위를 가져왔다.
꽃줄기를 들어내고 보니 물이 없는 게 아닌가.
자르는 대신, 물을 적당히 부어줬다.
한 시간 후,
고개를 빳빳이 든 엉겅퀴.
얼마나 기다리던 물이었을까.
그리도 빨리 고개를 들다니.
들판에 피는 억척스러운 생명력을 가진 꽃답게 금방 살아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파리 마다 뽀죡뽀죡 가시 한가득인 고독한 그대,
그리 찔러대도, 나는 자주빛 흰눈 쌓인 그대 함박웃음 보려고
잎을 고르고 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