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왜 지금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했을까?

이장규 인증된 계정 · 세상 온갖 일에 관심이 많아요 ^^
2023/01/18
오늘(1월 18일)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과 검찰 및 경찰이 합동으로 경찰차량 15대를 동원하고 고가사다리나 매트리스도 동원하는 등, 마치 무슨 대단히 심각한 사건이나 생긴 것처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으며 각종 언론 또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우선 이번 압수수색은 체포영장도 아니고 그냥 압수수색영장인데, 이렇게 경찰버스를 15대나 동원하고 고가사다리까지 동원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간 다른 압수수색영장에서는 이렇게 한 적이 거의 없다.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그 자체도 사실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예전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민주노총 간부의 체포를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을 한 적은 있지만, 비록 '간첩' 사건이라고는 하지만 특정한 한 사람이 사건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책상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한 것은 최초이다.

이른바 '간첩' 사건은 그 특성상 매우 비밀스럽게 수사가 이루어진다. '간첩' 내지 지하조직의 특성상 관련자들이 점조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설사 혐의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접촉자들을 비밀스럽게 내사하는 등 당사자에게는 수사 전모가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정도로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았고 단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정도인데, 이렇게 대규모로  공개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대공수사의 일반 원칙과는 어긋난다.

게다가 국정원 직원들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국가정보원'이라는 소속이 명기된 점퍼를 입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원훈에도 잘 나오듯이, 국정원 직원들은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 즉 압수수색 등에 참가하더라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보란듯이 신분을 명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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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쳐온 직업이 10개가 넘을 정도로 파란만장하게 살다보니 온갖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보정당에서 오랫동안 정책을 담당했기에 노동이나 인권 등의 이슈에 관심이 많지만,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했고 의료인이기도 해서 과학이나 보건 쪽 이슈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여러가지 이슈에 대해, 그 역사적 과정이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드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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