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꽁초를 줍고 다니는 아이들

이창
이창 · 쓰고 싶은 걸 씁니다.
2022/12/16

  과자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습니다. 거의 이십 년 전 친구들과 교실에 나란히 앉아 본 거라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과자 안에 인공착색료, 감미료, 방부제 등의 온갖 해로운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있음을 알리는, 대충 너네 과자 안에 뭐가 들어가는지는 알고 먹니?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과자를 포장하는 플라스틱 필름과 잉크의 성분 또한 유해화학물질이 섞여 있어 건강과 환경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나레이션의 말도 떠오릅니다. 당시 코 묻은 돈으로 문방구에 달려가 심심찮게 과자를 사 먹던 저에게 그 영상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영상이 끝나고 우리에게 편지지를 나눠줬습니다. 다큐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우리가 쓴 편지를 모아 과자 회사에 보낼 거라고, 쓰고 싶은 말은 뭐든 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마치 무언가 잘못된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고 있는 길목에 들어선 기분이었습니다. 흥분된 마음으로 열심히 연필을 끄적거려 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몇 학년 몇 반 누구예요, 저는 건강한 과자가 먹고 싶어요, 저희를 아프게 하지 말아 주세요, 많이 사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놀랍게도 얼마 후 과자 회사에서 박스 가득 투명한 포장지에 담긴 과자를 보내왔습니다. 편지를 잘 보았다면서, 화학첨가물과 인공 감미료를 거의 넣지 않은 과자이니 걱정 말고 맛있게 먹어달라며 앞으로 보다 건강한 과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아이 당 한 봉지씩 손에 쥐여주던, 퍽퍽하고 밍밍한 과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소하다고만 생각했던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것이든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과 작은 손가락으로 집어먹던 그 싱거운 과자는 이제 무엇보다 맛있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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