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설
허남설 인증된 계정 · 집과 동네, 땅에 관심 많은 기자
2022/08/13
이번에 비극을 맞은 그 가정이 ‘반지하’가 존재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지하’이지만 도심에 있고, ‘반지하’이지만 자녀에게 따로 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넓고, ‘반지하’이지만 임차가 아니라 보유해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그 가정의 입장에서는 서울을 벗어나 있거나, 비좁거나, 일정 기간마다 임대차 계약을 맺으며 이사다녀야 하는 집들과 비교해서 내린 매우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결정, 아주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을 겁니다.

도림천 근처는 저지대라 수해에 취약한 지역이었지만 이들에게 ‘반지하’는 위험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 방 세 칸을 마련할 기회로 보였다고 한다. 게다가 큰딸이 다닐 수 있는 복지관이 가까웠다. ("엄마 문 안열려" 이게 마지막이었다...신림 반지하 비극)

이런 맥락을 다 제거하고 덜렁 “반지하를 없애자”라는 선언만 행정당국에서 나왔으니,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국토교통부 장관과 같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반지하를 없애면, 그 분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참사를 당한 가정 입장에서 질문을 바꾸면 이런 게 될 겁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돈으로 도심에 있으면서 이만큼 넓고 자가로 소유할 수 있는 집이...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대학에서 건축을 배우고 건축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기자가 되었습니다.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글항아리•2023)를 썼습니다.
25
팔로워 169
팔로잉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