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이 없는 영화 속의 68혁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1/15

  •  장루이 코몰리 | 영화감독 겸 평론가



‘충실한 기록’ 명분 속에 식상한 제작 방식 반복

노동자 구호 사라지고 젊은이의 어설픈 대화만


68혁명과 관련된 대중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가장 취약한 점은 바로 이들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세대와 학생에 국한된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측면과 수천만 파업자들의 행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그것들의 힘이 결코 무력화되지는 않는다.

영화는 다분히 공모의 시선으로 1968년 5월의 일을 필름에 담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당시 공장과 거리에서 일어났던 일은 영화 속 필름에는 제대로 담기지 않았으며, 이는 영화를 만든 사람도, 영화의 출연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68 영화들은 불완전한 미완성작이다. 영화 속에서 제아무리 구호를 내걸어도 대개는 보여주기의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유사 이래로 하나의 투쟁이 영화로 찍힌 적은 없었다. 이 시대를 담은 영화들은 마치 스펙터클의 모든 위력을 포기하려는 것 같았고, 영상과 음성의 부족함을 서슴없이 인정하려는 듯했다. 따라서 성급하게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매년 68혁명 기념일이 되면 ‘충실한 기록’과 ‘객관적 시각’을 자처하는 요란한 TV 기념물에 대해 가장 신랄한 반대 시각을 내놓는다. 가령 2008년 파트리크 로트망이 제작한 영화 역시 상투적인 이야기를 지겹도록 되풀이했다. 68혁명은 ‘세대의 반항’이라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측면이나 수천만 파업자들의 행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68년 5월의 구호들조차도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밥 딜런 등) 당대의 음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소리의 문제는 종종 정치적 상징이 될 때가 많다. 그로부터 40년 후, 파업과 봉기가 연달아 일어나자 무언가를 말하려는, 그러나 ‘쇼’와 같이 ‘다른 무대’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음악들이 맹위를 떨친 바 있다. 그리운 어제의 일이었다.

영화를 찍지 말자는 암묵적 규칙
어제의 일이라고 하니 68혁명보다 1년 앞서 출간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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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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