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짠 바구니와 시간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4/12
출처-픽사베이
존 버거는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란 책에서 바구니에 관해 이야기한다. 대나무 바구니를 짜는 모습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잘게 쪼개어 일정한 폭과 길이로 얇게 다듬은 가느다란 대나무를 정교하게 짜야만 쓸 만한 바구니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만드는 생도 그런 과정과 형태, 결과물을 닮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잘만 배치한다면 삶이 미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꽤 형편없는 바구니를 짜고 있었던 것 같다. 뭔가를 잘 담을 수 있는 형태가 되지 못했다. 첫 번째 선을 어떻게 그려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선이 처음이었는지도...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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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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