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전차, 근대도시 경성을 횡단하다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9/04
일제강점기에 경성을 달렸던 전차. 출처-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전차' 전시회
고종 황제의 야심찬 기획, 전차 부설을 통한 근대화
   
1899년 5월 20일 서울에서 전차가 최초로 운행을 개시했다. 사흘 전인 5월 17일에는 동대문에서 성대하게 전차 개통식이 열렸다. 서대문(경교)에서 종로를 거쳐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전차 노선은 서울의 도시 경관과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꿨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달리는 전차를 구경하기 위해 철로 주변마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차 기점과 종점에는 어떻게든 전차를 타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시로서는 비싼 운임이었던 전차타기에 혼을 뺏겨 가산을 탕진한 촌로가 생겼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서울에서 전차가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세기가 되기 전 일이다. 그때는 서울이 ‘경성’도 아니고 ‘한양’ 혹은 ‘한성’으로 불리던 때였다.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일본에 비해 뒤쳐져 발전이 더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근대 과학 문명의 핵심인 전기와 전차의 도입만 보면 일본과 비교해도 이른 시기에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의 전차는 도쿄(1903년)보다 4년이나 앞서 운행을 개시했다. 물론 일본에는 서울보다 먼저 교토(1895년)와 나고야(1898년)에서 전차 운행이 시작됐지만, 당시 일본에서 온 군인이나 관리들에게도 전차는 매우 낯선 신식 문물이었다. 일본 군인들이 전차에 탑승하기 위해 조선인을 강제로 내리게 하고 자리를 몽땅 차지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흥인지문 일대에서 진행된 한성전기회사의 전차 개통식. 출처-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전차' 전시회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 고종은 경운궁을 중심으로 제국의 격에 맞는 근대 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전차는 고종의 ‘광무(光武)도시계획’의 일환으로 기획된 작품이었다...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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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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