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는 만들어지는가, 태어나는가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8/17
▲ 케빈에 대하여 포스터 ⓒ 티캐스트
 
묻지마 범죄와 그 모방범죄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혹자는 묻지마 범죄란 용어가 범죄의 동기를 경시하게 한다고도 하지만, 적지 않은 범죄로부터 뚜렷한 동기가 없음을 발견하는 막막함이 이 같은 용어의 시작이었음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인간의 이해로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은 때로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그 공포를 상상조차 하지 못할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가 바로 <케빈에 대하여>가 주목하는 것이다.
 
영화는 미국 어느 가정을 비춘다. 유명한 여행작가 에바 카차도리안(틸다 스윈튼 분)이 아들 케빈(제스퍼 뉴웰, 에즈라 밀러 분)을 낳아 기르는 과정이 극의 절반쯤을 이룬다 해도 좋다. 어머니가 아이를 기르는 일, 보통이라면 마음 따뜻한 가족드라마가 될 법도 하지만 에바의 이야기는 미스터리며 스릴러로 만들어졌다. 마침내 일어나는 파국이 스릴러를, 끝끝내 드러나지 않는 동기가 미스터리를 이루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그 원인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흔히 어머니가 아이를 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는 어머니를 따르는 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연스러움인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고 아이가 어머니를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존재하는 것이다.
 
▲ 케빈에 대하여 스틸컷 ⓒ 티캐스트
 
온 마을이 따돌리는 여자

극은 현재와 과거 시점을 교차편집하며 전개된다. 에바의 현재는 그야말로 절망이다. 뚜렷한 직업도 가족도 없는 그녀에게 주변은 가혹하기만 하다. 아침이면 집과 차에 붉은 페인트가 끼얹어져 있고, 길을 걷던 중에 이웃에게 따귀를 맞기도 한다. 에바가 마트에서 한 여성을 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한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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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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