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축제를 지켜 주는 일 -

김싸부
김싸부 · 한줄로 소개 못함
2022/12/21

눈 오는 날은 대부분의 아이에겐 축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럴만하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게 만들어져서, 이토록 적절한 분량으로, 온 세상을 끌어안아 버리니 아이들의 세상에 즐거운 균열을 안겨다 주는 셈이다.

   어른인 나에게도 이날이 축제라고 묻는다면 전혀 라고 말하고 싶다. 나름 낭만 치사량의 삶이지만, 내 눈의 축제는 군대에서 종식되었다. 전경으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나날 중 눈이 오는 날이란 그야말로 하얀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었다.

   경찰서가 언덕에 있어서 눈이 쌓이면 차들이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는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그 기나긴 언덕의 눈을 쓸어내야 했다. 지휘하는 당직 사관 같은 직원의 말 뒤에,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아, 라는 가사의 오르막길 BGM이 깔리는 듯했다. 눈이 그친 상태에서 치우는 것은 가볍게 2시간 정도면 끝났지만,...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내가 쓰는 글이 나를 소개한다 -
76
팔로워 94
팔로잉 36